홈스쿨링을 시작한지 이제 두달이 되었다.
완벽한 계획과 준비된 환경에서 시작했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마음으로 우리는 과감히 학교 밖으로 나왔다.
공부는 잠시 미뤄두고 일단 아이들이 타고난 본연의 모습을 찾고 자유를 느낄 수 있도록 시간을 주기로 했다.
우리는 이제부터 신나게 논다.
노는 것도 쉽지가 않다!!
생산성 있게 노는 법 : 첫 번째 놀이
직소퍼즐
홈스쿨링을 시작하고 첫 번째로 만난 시련은 바로 ‘심심함’이었다.
아이들은 본격적인 홈스쿨링이 시작되며 갑자기 주어진 자유시간에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다.
그러나 ‘노는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주어진 자유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 전혀 몰랐다.
일단 스마트폰과 TV시청은 생활 습관이 바로 잡히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때까지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멍때리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스마트폰은 없어졌고 알고있는 몇 안되는 방법으로만 놀기에는 하루가 너무 길었다.
아이들은 심심하다고 아우성쳤고 우리는 이내 무엇을 하고 놀아야할지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그동안 하고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것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그중에 첫 번째로 선택된 아이템은 바로 직소퍼즐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직소퍼즐 매니아인 엄마의 영향으로 어릴때부터 퍼즐을 좋아했는데 그동안 1000피스를 도전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기도 했고 집중할 여유가 없어서 미뤄왔었다.
만 나이로 8세인 젠이와 6세인 싱이를 데리고 1000피스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안되면 내가 맞추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이들과 그림을 고르고 퍼즐을 주문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이걸 하려니 좀 막막하긴 했지만 나 스스로 아이들의 능력치를 섣불리 판단하지 않기로 마음먹으며 1000피스 직소퍼즐을 시작했다.
첫 번째 퍼즐은 반은 성공적이었다.
젠이는 정말 의욕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퍼즐에 임했다.
그리고 실력도 꽤 좋았다.
자기가 맞춰놓고 스스로 감탄해가며 제법 재미있게 퍼즐을 맞췄다.
무엇보다 엄마와 뭔가를 함께 한다는 행위 자체를 즐거워했다.
그런 아이를 보며 이토록 나를 사랑해주는 아이의 마음에 나도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첫 번째 퍼즐이 반만 성공이었던 이유는 둘째 싱이가 몇조각 맞추지도 않고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확실이 1000피스에 도전하기에는 너무 어렸던걸까?
그럼 싱이는 싱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하도록 그냥 두어야하는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포기하기에는 직소퍼즐의 다양한 장점들이 너무 아까웠다.
직소퍼즐의 장점
직소퍼즐은 시각적 정보를 통하여 완성된 그림을 추론하며 맞춰야 하기 때문에 추론 능력을 향상시킨다.
전체적인 그림을 추론하며 공간 지각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부분적인 그림을 맞출때는 주변의 색감과 비슷한 색감을 찾게 되는데 이를 통해 색채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다.
또 퍼즐을 맞추는 동안 자연스럽게 집중하는 연습을 하게되고 집중하고 몰입하는 시간을 통해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의 퍼즐을 고른다면 다소 산만한 아이들도 흥미를 갖고 집중력을 기를 수 있다.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되고 작은 성취의 경험이 모여 나중에 더 큰 문제를 만났을때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도전정신이 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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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을 싫어하는 아이
첫 번째 퍼즐을 완성하고 두 번째 퍼즐을 고를 시간이 되었다.
싱이는 이번에는 퍼즐을 고르는데도 관심이 없었다.
결국 젠이가 주도하여 두 번째 퍼즐을 고르게 되었는데 젠이는 이번에 더 많은 조각의 직소퍼즐을 맞춰보고 싶어해서 1500피스에 도전했다.
젠이는 이번에도 기대 이상의 집중력을 발휘했고 난이도를 고려해서 쉬운 그림을 골랐던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두 번째 퍼즐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젠이가 1500피스 퍼즐을 맞추는 동안 나는 싱이와도 쉬운 퍼즐을 함께 하며 퍼즐 자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시간을 보냈다.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지 싱이도 실력이 쑥쑥 늘었다.
싱이가 좋아하는 포켓몬스터로 쉬운 퍼즐부터 도전해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젠이와 엄마의 두 번째 퍼즐은 완성되었고 싱이도 우리의 세 번째 도전에 합류할 준비가 되었다.
(두번째 퍼즐은 완성 한 후 그림이 생각보다 안예뻐서 액자에 안 넣고 그냥 다 부쉈는데 아무 생각 없이 하느라 사진을 한장도 안찍었다.)
직소퍼즐을 안좋아하는 아이라면?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하자.
처음에는 난이도가 높지 않도록 조각의 크기가 크고 피스가 너무 많지 않은 것으로 시작한다.
이왕이면 아이가 평소에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오는 퍼즐을 고르는 것이 좋다.
시중에 판매하는 직소퍼즐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면 퍼즐을 제작하는 온라인 업체들도 많으니 아이가 흥미를 느낄만한 사진이나 그림으로 퍼즐을 주문 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에게 혼자 맞추라고 하지 말고 엄마나 아빠가 함께 해야 하는데 이때 엄마 아빠가 너무 잘 맞추면 안된다.
조금 답답하더라도 아이가 손에 든 한조각을 맞출 수 있도록 조금씩 힌트만 주면서 곁을 떠나지 말고 아이가 퍼즐을 완성해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봐주어야 한다.
옆에서 지켜봐주는 관객이 있어야 더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기 때문에 혼자서 맞추라고 내버려두면 한두조각 맞추다가 금새 흥미를 잃는다.
응원하는 엄마, 아빠와 함께하며 아이는 퍼즐이 한조각씩 맞춰질때마다 조금씩 성취감을 느끼고 다 완성했을 때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이런 작은 성공의 경험이 모이다보면 더 큰 퍼즐에 도전할 의욕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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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퍼즐을 골라야하는 시간이 왔다.
이번에는 반드시 싱이를 참여시키겠다는 굳은 다짐과 함께였다.
우리 싱이는 포켓몬스터를 정말 좋아한다.
콕 찝어서 어떤 포켓몬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그냥 전부 다 좋아한다.
나는 이름도 모르는 스쳐 지나가는 포켓몬도 전부 좋아하는 우리 싱이를 위해 포켓몬이 무조건 많이 나오는 퍼즐을 찾아 헤맸다.
포켓몬 미끼에 걸려든 싱이는 자기 마음에 드는 퍼즐을 드디어 찾아냈고 우리는 세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캐릭터가 잔뜩 나오니까 퍼즐이 더 재미있는지 자기들끼리 해보겠다며 나를 밀어냈다.
덕분에 나는 느긋하게 혼자 보낼 시간이 생겨서 아이들이 퍼즐을 할때면 옆에서 책을 읽거나 밀린 집안일을 하는데 이 시간이 참 꿀같이 달다.
자기들끼리 하니까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이 좀 더디긴 하지만 매일 조금씩 더 채워져있는 퍼즐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하다.